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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바꿨지만 숨길 수 없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DNA — 갤럭시 워치(Galaxy Watch)

9, 2018

최필식
IT 칼럼니스트

제품을 잘 알지는 못해도 이름 만으로 어떤 종류의 제품인지 추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수많은 시간 동안 공을 들여도 한번에 알아채지 못하는 제품도 있다. 기어 S도 그런 제품 중 하나일 게다. 낯선 이름을 알리기 위해 쏟아 부은 물량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지만, 역사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디지털 괴짜가 아니면 기어 S라는 이름에서 스마트 워치를 추론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확실한 해결책 중 하나는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 그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년 동안 웨어러블 전문 브랜드인 ‘기어’의 대표 제품이었던 기어 S 시리즈를 바꾸는 것은 큰 모험일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삼성은 과거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선택했다. 그리고 새 이름을 골랐다. 갤럭시 워치(Galaxy Watch). 삼성이 웨어러블 브랜드인 ‘기어’를 더 이상 꺼낼 일 없는 깊은 무덤 속에 파묻고 선택한 새로운 이름이다.

전형적인 디지털 제품 패키지

솔직히 삼성을 시계 전문 브랜드로 여기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제품이라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알아주는 제조사다. 여기서 질문 하나. 삼성의 스마트 워치는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은 삼성이지만, 나는 삼성의 스마트워치 패키지에서 언제나 시계보다 디지털 제품이 내뿜는 너무 진한 향기가 언제나 못마땅했다. 물론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스마트 워치가 갖고 있는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긴 하다. 그렇더라도 제품과 비닐에 감싼 각종 부속들, 그리고 설명서가 들어 있는 정형화된 디지털 제품 패키지의 공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점은 언제나 불만이었다.

갤럭시 워치 패키지가 종전 기어 S2와 하나 달라진 점은 패키지의 형태가 정육면체로 바뀐 것이다. 그것을 빼면 이미지는 비슷하다. 상자를 열면 곧바로 갤럭시 워치가 보이고, 본체를 들어내면 비닐에 넣은 충전 어댑터와 케이블, 시계 줄, 그리고 작은 설명서가 들어 있는 구성은 변함 없다. 화면과 본체의 흠집을 막아주는 일회용 필름도 기존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디지털 제품에서 갖출 수 있는 모든 것을 넣었고, 충실한 구성이다. 다만 알찬 구성만으로 디지털 제품의 향기가 감춰지는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대량 생산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주는 거부감. 익히 보던 것에서 찾을 수 없는 새로움. 새로운 이름의 시계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는 패키지 안에 담지 않았다.

훌륭한 기본 시계 화면, 초침 소리

갤럭시 워치가 베젤을 돌리는 기어 S2, S3의 기본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유일하게 베젤을 돌릴 수 있는 스마트워치 이야기는 특허에 의해 삼성만 유일하게 이어갈 수 있어서다. 다만 갤럭시 워치의 기본 골격은 기어 S3와 많이 닮아 있다. 360×360 픽셀을 가진 1.3인치 AMOLED를 탑재한 46mm 모델은 회전 베젤과 두 개의 버튼 구조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다만 넓어지고 더 비스듬하게 기울인 회전 베젤, 작고 날카로운 형태의 베젤 톱니, 반짝거리는 은빛 본체로 달라진 분위기는 기어 S3를 썼던 이들이면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는 변화지만, 눈썰미가 좋지 않은 이들에게는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겉모양에서 찾아낼 수 있는 변화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해도 막상 갤럭시 워치를 조금 들여다보면 그래도 남들보다 스마트워치 사업을 오래한 감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장치가 있다. 무엇보다 갤럭시 워치는 디지털로 움직이는 가짜 시계지만 디지털 장치에서 아날로그 시계의 특징을 기본 시계에 녹이려 애쓴 흔적이 적지 않다.

일단 기본 시계 화면에 제법 공을 들였다. 종전 기어 S3의 기본 시계도 다른 스마트워치보다 낫기는 했지만, 갤럭시 워치는 기본 시계를 보는 각도에 따라 안쪽 서브 다이얼 및 인덱스에 음영을 느끼도록 애니메이션 효과가 적용됐다. 또한 기본 시계 화면마다 색상이나 서브 다이얼의 기능을 바꿀 수 있어 이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넣은 시계로 설정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본 시계가 갤럭시 워치와 잘 어울리는 데다 장치 자체의 성능도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초침 소리를 처음 적용했다. 기본 시계 화면에서 초침 소리를 켠 뒤 귀에 가까이 대면 ‘착착착착’ 빠르게 움직이는 초침 소리가 들린다. 조용한 방에 누워 시계를 볼 때에도 귀를 쫑긋 세우면 초침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단지 초침 소리가 한 종류라는 게 안타까운 부분이다. 시계마다 다른 초침의 움직임에 맞춰 초침 소리를 좀더 선택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넉넉한 배터리 인심과 기능에 건 승부

갤럭시 워치는 시계 전용 모드란 게 있다. 시계 전용 모드는 갤럭시 워치의 모든 기능을 끄고 오직 인덱스와 시분침만 있는 시계를 띄워 최대한 오래 쓸 수 있는 모드다. 이 옵션을 켜면 재부팅되는 데 그 이후 거의 42일 동안 충전 없이 쓸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시계 전용 모드를 고르지 않아도 갤럭시 워치는 배터리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한번 충전으로 최소 2일, 길게 3일 정도는 충분히 버틴다. 배터리 용량은 472mAh. 기어 S3의 380mAh보다 88mAh가 더 많다. 늘어난 배터리 용량과 저전력 프로세서의 나아진 관리 능력이 배터리 효율성을 높였다.

다만 무선 충전기에 있던 갤럭시 워치를 곧바로 손목에 찰 때 썩 달가운 기분은 아니다. 무선 충전 중 생긴 열이 곧바로 식지 않아 손목에 찰 때 그 열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다. 겨울이라면 손목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핫팩’이라며 긍정적일 수 있어도 무더위에는 고무로 된 시계줄과 함께 짜증을 유발하는 원인 수 있다. 때문에 갤럭시 워치와 두카티 시계줄을 함께 받은 구매자들은 행운을 잘 잡은 셈이다.

갤럭시 워치가 시계보다 스마트 디바이스의 정체성 측면에서는 확실히 다른 시계를 압도한다. 물론 IP68등급의 방진방수 정도는 다른 스마트워치와 별달라 보이지 않아도, 정확도를 보강한 심박 센서와 고도/기압계, 달리는 동안 루틴을 기록하고 위치 정보를 담는 기능의 완성도 면에서는 갤럭시 워치가 앞서는 것은 분명하다. 삼성 페이는 갤럭시 워치에서 여전히 작동한다. 다만 MST를 빼고 NFC 방식만 도입했다. NFC 기반 결제 장치가 늘고 있긴 해도 NFC 결제 장치가 없는 곳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갤럭시 워치에 처음 적용된 삼성의 지능형 비서 기능인 빅스비는 켜기 버튼을 두 번 연속 눌러 곧바로 호출된다. 날씨나 환율, 가까운 역이나 편의점 정보 같은 간단한 질문에 제법 대답을 잘 한다. 연동된 폰을 꺼내지 않고 갤럭시 워치에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복잡한 질문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것을 권한다. 단지 조금 시끄러운 장소, 너무 작은 목소리로 말할 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때도 적지 않다. 배움의 시간이 길어질 수록 능력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참을성이 필요하지만, 첫 시작 때 S보이스에 비하면 갤럭시 워치의 빅스비는 그나마 많이 나아졌다.

장점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