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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 칼럼니스트의 스마트 워치 체험기 11편 — 가민 비보액티브 3 뮤직(Garmin Vivoactive 3 Music)

7, 2019

김창규
시계 칼럼니스트

스포츠인을 위한 스마트 워치 메이커

가민은 스포츠 분야의 스마트 워치 중 가장 뛰어난 기능을 제공하는 시계로 정평이 나 있다. 내 주변에서도 스포츠를 즐기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가민 시계를 소장하고 있으며, 운동의 필수 장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너무나 전문적인 영역을 추구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스포츠’라는 통합적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피트니스, 러닝, 사이클링, 골프, 멀티스포츠, 수영, 다이빙, 항공 시계 등으로 컬렉션이 세분화되어 있다. 아날로그 시계 브랜드 중에는 스포츠 워치만을 제작하는 메이커들이 있지만, 스마트 워치 분야에서는 가민이 유일하다. 물론 가민에도 비보무브 HR이라는 로즈골드 컬러의 여성용 드레스 워치 타입 모델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곁다리일 뿐, 정규 컬렉션으로 보기 어렵다.

비보액티브 3 뮤직

체험해 본 시계는 가민의 여러가지 라인 중 가장 소프트한 퍼포먼스를 가진 ‘웨어러블’ 라인에 속한 모델이다. 이 시계는 500곡의 음악을 시계에 다운로드해 블루투스 헤드폰과 연결, 휴대폰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가진 블루투스 헤드폰이 없어서 핵심적인 기능의 체험은 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부탁한다.

일반적인 스마트 워치에는 애플의 애플 워치나 삼성의 갤럭시 워치처럼 최상위 모델에도 운동 카테고리가 피트니스, 러닝, 걷기 정도의 항목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시계는 가민에서 만든 것답게 러닝, 트레드밀, 실내 트랙, 자전거, 실내 자전거, 걷기, 실내 보행, 층계 오르기, 풀 수영, 골프, 스키/보드, 스노우보드, XC스키, 서프, 근력운동, 유산소, 요가, 일립티컬, 스텝퍼, 조정, 실내 조정 등의 세부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니까 가장 낮은 단계의 스포츠 모드를 지원하는 모델임에도 웬만큼 높은 강도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기능을 갖춘 것이다.

시계의 디자인은 데일리 워치로 쓸 수 있는 정도다. “스포츠 워치!”라고 외치는 듯한 디자인적 요소는 없으며, 비즈니스 웨어에도 매칭이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심박수를 체크해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늘 내가 몇 시경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세세히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내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줬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재미난 기능이다.

20mm 너비의 러그에 결합된 러버 스트랩은 도구없이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는 핀을 적용했으며, 손목이 비정상적으로 가느다란 사람부터 상당히 두꺼운 손목을 가진 사람까지 무리없이 착용할 수 있는 홈을 지녔다. 50m 방수가 가능해 물에 젖는 상황에서 크게 신경 쓰일 부분은 없으며, 배터리 용량은 체감상 매우 넉넉하다. 케이블 끝에 붙은 충전 단자를 시계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라 동력을 중계하는 충전기가 따로 없다. 이것이 시계의 휴대를 매우 간편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단점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너무 나쁘다.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최악에 가깝다. 디스플레이는 가민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듯한 ‘가민 크로마 디스플레이(Garmin Chroma Display™)를 적용했다고 한다. 곡선에서 픽셀이 전부 느껴지는 계단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색은 몇 년 동안 골목길에 붙어 있던 나이트 클럽 포스터처럼 색이 바랗다. 명암의 대비가 약해서 뿌연 느낌이 들며, 움직임도 끊겨 보인다. 가민은 스포츠를 위한 스마트 워치 중 최상위 등급에 위치한 브랜드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브랜드에서도 안 쓸 것 같은 수준의 저질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본사의 기술자들도 눈이 있다면 볼 수 있었을 거다. 그냥 디스플레이 업체의 것을 가져다 쓰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걸.

베젤처럼 보이는 테두리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부분이다. 글라스 아래 위치한 이너 베젤 타입이라 충격으로부터 시계를 보호하는 기능도 전혀 수행하지 못한다. 예쁘지도 않은데 쓸데없이 공간만 차지하는 기분이다. 차라리 화면으로 채우는 게 낫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35만 9000원인데 케이스가 플라스틱이라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참고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사용해 만족스러운 마감으로 완성한 삼성 갤럭시 워치가 700원 더 비쌀 뿐이다.

결론

운동을 생활화하는 스포츠인이 아니라면 이 시계를 살 이유는 없어 보인다. 운동을 생활화하는 스포츠인이 이 시계를 고른다고 해도 물어보고 싶다. “정말 이걸 꼭 사야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