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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 칼럼니스트의 스마트 워치 체험기 4편 — 샤오미 미지아 쿼츠 (Xiaomi MiJia Quartz)

10, 2018

김창규
시계 칼럼니스트

샤오미 단상

샤오미는 몇 해 전에 미 밴드(스마트 밴드)를 출시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지인에게 선물 받아 사용했었다. 가격은 1만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해서 호기심에 구입해도 상관없는 정도였지만, 소재와 디자인이 꼭 목욕탕 옷장 열쇠고리 같았다. 그래서 운동할 때 이외에는 차고 싶지 않았고, 나중에는 그나마도 귀찮아져 기억에서 사라졌다. 내가 그런 물건을 가져봤었다는 것도 이 제품을 사용하다가 생각이 났을 정도다.

기능

샤오미답게 6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대로 출시된 미지아 쿼츠가 가진 기능은 스마트 워치의 최소한이다. 만보기와 칼로리 소모량, 알람, 휴대폰 알림, 시간대 자동 설정 등이 그것. 독특한 점이라면 만보기 기능을 다이얼 6시 방향에 스몰 카운터 디자인으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말해 시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기능이 만보기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전면에 내세워 만보기라도 제대로 쓰고 싶어 하는 사용자에게 어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스마트 기능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건 매우 유용하다.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 여러 가지를 이것저것 바꿔가면서 사용하는 건 싫다. 차라리 만보기 인디케이터 하나라도 보기 쉽게 잘 드러나 있는 게 더 좋다.

하드웨어 평가

하드웨어는 미지아 쿼츠가 6만원짜리 아날로그시계라고 생각하며 살펴봤다. 일단 아쉽다고 할 만한 부분은 전혀 없다. 오히려 상당히 뛰어난 편에 속한다. 15만원짜리라고 해도 이렇다 할 단점이 파악되지 않을 정도다. 과연 샤오미다.

모든 금속 파트를 샌드 블라스트 처리했는데, 저렴한 시계는 이렇게 표면을 가공할 경우 어설픈 폴리싱 가공보다 오히려 고급스럽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 그 부분을 잘 인식한 것 같다. 크라운 모양의 버튼이 너무 작다는 게 굳이 찾아낸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러그가 짧고 얇기 때문에 시각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오히려 좋은 선택이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어차피 크라운을 돌려서 제어하는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버튼식으로 눌러 쓰는 것이라서 불편할 것도 없다.

다이얼의 반지름을 가득 채우는 만보기 인디케이터의 인덱스 디자인도 재기 발랄하며, 시인성도 좋다. 샤오미의 mi 로고 대신 MJ 로고를 새로 만들어 넣은 것도 미지아 쿼츠를 좀 더 시계에 가깝게 보이도록 만드는 요소다. 돔형 케이스 백 역시 전면의 돔형 미네랄 글라스와 잘 어울린다. 북유럽 브랜드의 것처럼 보인다.

스트랩의 가죽 품질은 평범하지만, 마무리가 극도로 깔끔하다. 이 정도로 수준 높은 에지 코트 마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살에 닿는 부분에 흔히 사용하는 누벅 대신 외피와 동일한 가죽을 사용했다. 이것이 돈이 더 많이 드는 방식이며, 눈으로 보기에도 고급스럽다. 촉감도 좋다. 손목 사이즈를 폭넓게 조절할 수 있게끔 버클을 끼울 수 있는 구멍이 많다는 것도 사려 깊게 느껴진다. 특히 별도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톱으로 스프링 바를 밀어 스트랩을 착탈하는 방식을 이 가격대의 시계에 적용했다는 건 감동적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스트랩 가격만 6만원을 받아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다. 아마도 스트랩만큼은 샤오미가 직접 만들지 않았을 텐데, 이러한 서플라이어를 만났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며, 이 업체를 정하고, 퀄리티를 컨트롤한 담당자의 업무 능력 역시 탁월하다. 내가 샤오미 사장이라면 이 스트랩 업체를 선정한 직원에게 보너스를 주고 승진시킬 거다. 결론적으로 미지아 쿼츠는 가격을 감안했을 때 하드웨어 부문에서 100점이다.

아쉬운 점

알람 진동이 너무 약하다. 조용한 공간에서 차분히 있을 때는 충분히 인지되지만, 시끌벅적한 곳에서 술을 마시거나 인파가 많은 관광지를 거닐고 있다면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 워치에 알림 진동 기능을 적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기가 피부에 직접 밀착되어 진동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옷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휴대폰보다 알람을 더 잘 느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미지아 쿼츠는 그러한 장점을 좀처럼 느끼지 못하게 한다. 그래도 여기까진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심각한 단점은 휴대폰과의 블루투스 연동이 부드럽지 않다는 사실과 한국어 지원 역시 불만족스럽다는 거다. 블루투스 기능이 어플을 조작하는 중에도 끊어지기 일쑤인데다가 만보기 리셋 또한 잘 먹혀들지 않는다. 매뉴얼을 중국어로만 만든 것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어플에서조차 한글을 찾기 어렵다. 어떤 부분은 한국어, 어떤 부분은 영어, 많은 부분이 중국어다. 대부분이 영어라면 기능을 인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 이 시계를 제대로 쓰려면 중국어 사전을 뒤적여야 할 판이다. 모든 메뉴를 완벽하게 숙지하게 됐을 때는 약간의 중국어 독해 실력을 갖게 됐을지도 모를 만큼 많은 부분이 그렇다. 모든 메뉴를 한국어로 바꿀 수 있는 버튼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그걸 못 찾았으니, 다른 사람 또한 찾는 게 쉽진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