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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바꾼 새로운 애플 워치의 완성 — 애플 워치 4(Apple Watch 4)

11, 2018

최필식
IT 칼럼니스트

보통 무대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기에 애플 이벤트에서 애플 워치 시리즈 4(이하 애플 워치 4)의 조금 이른 등장은 왠지 낯설었다. 주인공이어야만 할 것 같은 애플 워치가 마치 무대의 조연처럼 비쳐질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애플 워치 4는 옴니버스처럼 각각의 이야기가 다른 애플 이벤트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더 큰 화면과 잘 다듬어진 디자인, 성능을 올린 처리 장치와 수많은 센서, 낙하 감지 알림과 심전도 등 수많은 변화들을 본 청중들은 애플 워치 4에 매료된 듯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물론 무대 위에서 보여준 애플 워치 4에 대한 수많은 변화들이 그저 제품을 잘 팔기 위한 현혹의 몸짓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 워치 4를 쓰고 있는 이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은 애플 이벤트에서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줄 지도 모른다. 일부는 심전도처럼 한국에서 쓸 수 없는 기능 때문에 불평을 늘어놓을 수도 있지만, 이 멋진 디지털 장치에 대한 칭찬으로 나열될 것이라서다.

애플 워치 시리즈 4의 대표 시계 화면. 시간 외에도 요일, 일정, 날씨 상태, 운동 상태 등 여러 정보를 한 화면에 담고 있다.

손목의 행복을 느끼는 착용감

애플 워치 4에 앞서 여러 스마트워치를 경험하면서 일부 고정 관념처럼 굳어진 생각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 실리콘 재질의 손목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스마트워치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재질이지만, 기능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스마트워치를 지탱하기 위해 두껍고 무거울 뿐만 아니라 무더운 여름에는 땀을 빼내지 못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고정 관념을 애플 워치 4에 덧씌우기는 어려울 듯하다. 한국은 지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다 보니 땀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가는 유보할 수밖에 없지만, 애플 워치 4의 기본 시계줄은 두껍고 무거운 기존 시계줄에 대한 고정 관념에 대해 확실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딱히 이전의 애플 워치와 다른 구조를 가진 시계줄은 아니다. 다만 시계줄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본체의 무게 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래 차고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본체 두께를 11.4mm에서 10.7mm로 줄인 데다, 살갗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파이어와 세라믹으로 만든 시계 바닥의 센서 부분을 둥글게 설계한 것도 뛰어난 착용감의 비밀이다.

애플 워치 4의 바닥은 여러 개의 광학 센서를 노출한 이전 세대와 달리 심박 센서와 심전도 측정을 위한 전도체 위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지난 세대보다 딱 2mm 커진 본체다. ‘고작’이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만큼 작은 변화처럼 보이겠지만, 그 차이로 나타난 결과는 어마어마하다. 그 작은 차이는 30% 더 커진 화면을 넣을 수 있는 마법을 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또렷하고 읽기 쉬워진 글자, 풍부하고 역동적인 그래픽을 표시한다. 그러니 설정을 마치고 단 몇 초 만에 디스플레이의 선명함과 더 커진 디스플레이의 시원함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디스플레이의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이전 세대의 애플 워치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애플 워치 4의 디스플레이 품질은 다른 스마트워치에서 제대로 복제했으면 싶을 정도다. 심지어 둥글지 않은 사각형 디스플레이여서 시계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트집마저 무색할 만큼 디스플레이 자체가 뛰어나다.

애플 워치 4는 손목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한데다 압박도 하지 않아 센서에 눌린 자국도 남기지 않는다.

이전 시리즈와 완전히 달라진 완성도

애플 워치 4는 디스플레이만 달라진 게 아니다. 완전히 설계를 바꾼 애플 S4 프로세서와 자체 개발한 GPU, 블루투스 5.0을 위한 연결성을 강화한 W3 칩 등 내부 부품도 모두 바꿨다. 바뀐 부품의 성능은 벤치마크 프로그램이 아니라 앱의 실행이나 움직임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앱의 실행 속도는 더 빨라졌고 시계의 움직임은 정말 매끄럽다. 애플 워치 4를 만질 때의 즐거움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여기에 진동으로 상태를 알려주는 햅틱 피드백의 달라진 느낌도 마음에 든다. 나는 기존 애플 워치의 디지털 크라운을 조작할 때 미끄러지는 느낌이 싫었다. 태엽을 감을 때, 시분침을 맞출 때 돌리던 용두의 ‘드르륵’ 긁히는 느낌이 전혀 없던 디지털 크라운이 싫었던 터라 크라운 햅틱은 의외의 즐거움이다. 햅틱 피드백을 단순한 진동 정도 효과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애플 워치 4의 디지털 크라운을 앞뒤로 밀어 스크롤 할 때 떨림의 강도를 미세하게 조절하고 끝 부분에 다다를 때 ‘툭’ 끊어져 확실하게 신호를 준다.

이 리뷰의 애플 워치 4는 와이파이 전용이나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된 상태에서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다. 이는 이전 시리즈에도 있던 것이지만 수많은 이들로부터 이에 대한 적지 않은 불만을 들었다. 물론 블루투스 헤드셋을 연동해서 쓰는 것으로 대안은 있다. 그렇다 해도 본체 자체만으로 통화가 어렵고 비용을 추가해야만 해결되는 문제에 대해 넓은 아량을 베풀 이용자는 드물다.

애플 워치 4는 이 문제를 확실히 고쳤다. 지난 시리즈보다 스피커 음량을 대폭 키운 것이다. 이제 스피커폰 수준으로 쓸 수 있는 만큼은 된다. 애플에 따르면 50%나 음량을 키웠다는 데 수치를 들먹이지 않아도 차이를 알아채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더구나 스피커와 마이크가 거의 같은 위치에 있어 울림이 있었던 문제도 고쳤다. 스피커와 마이크를 서로 반대편에 넣어 더 이상 울림도 없다. 어쩌면 애플 워치 4로 통화를 했던 다른 이에게 더 이상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 다행이다.

애플 워치 4는 이전 세대와 마찬 가지로 자석식 무선 충전 어댑터를 쓰고 있다.

일어나세요. 위기에서 당신을 구해줄게요~

이용자가 오래 앉아 있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애플 워치 시리즈의 전통적이다. 애플 워치 4도 이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를 위한 기록을 정리하는 능력은 여전하다. 걷고 뛰는 일상의 행위에 대해 일일이 지정하지 않아도 애플 워치 4는 전통에 따라 알아서 모든 기록을 남긴다. 너무 오래 앉아 있을 때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호흡을 유도하는 것은 애플 워치의 특기지만, 사실 기계의 지시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귀찮은 잔소리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애플 워치 4는 정말 테스트를 하기 힘든 전통적인 추적 기능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낙상 사고에서 긴급 호출을 하는 기능으로 큰 충격을 받을 정도로 넘어지면 애플 워치 4는 등록해 놓은 연락처로 긴급 구조 연락을 보낸다. 다만 낙상을 확인하는 알고리즘은 손목 궤도와 충격 가속도를 분석해 애플 워치 4에서 판단하는데, 그냥 넘어지는 정도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확인은 어렵다. 물론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리라 믿고 싶기는 한데, 그렇다고 확실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그저 애플 워치 4 덕분에 위기를 넘긴 여러 증언을 기다릴 뿐.

개인적인 경험으로 수면 측정 기능을 넣지 않은 것은 매우 반기는 부분이다. 나는 시계를 차고 잠을 자는 동안 내 신체적인 활동 상태를 측정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다. 데이터를 통해 단순히 잠을 잘 자는 것,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그닥 내키지는 않아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잘 자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무엇인가에 희망을 거는 이 시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요구에 대한 답을 애플도 준비하고 있겠지만 애플 워치 4로 대답하지 않았고, 애플 워치 4에서 벗어난 내 손목은 아주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전 세대 애플 워치는 마이크와 스피커가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애플 워치 4는 디지털 크라운쪽에 마이크를, 그 반대편에 스피커를 넣어 소리가 울리는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에서 희망 고문 : 심전도

매일 거의 12시간 정도 손목에서 풀지 않으니 배터리는 20%~25% 정도만 소모됐다. 이 정도 소모량이면 나빠 보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시계 화면이 늘 켜져 있는 것도 아니고 화면을 보기 위해 손목을 돌리는 순간만 켜지는 조건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전 세대 애플 워치에 비하면 좀더 개선됐다. 아마 잠을 자는 동안에도 애플 워치 4를 차고 있더라도애플이 말한 18시간보다 좀더 오래 쓸 수 있을 것이다.

애플 워치 4에서 배터리 소모를 줄인 이유는 여럿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기술적 개선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애플 워치는 줄곧 OLED를 써왔지만, 이번에는 애플이 특허를 소유한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기술을 적용했다. LTPO는 전력을 조금 덜 쓰면서 고품질 OLED를 작동시키는 기술로 5~15% 정도 전력을 덜 소모한다. 여기에 정적인 콘텐츠를 표시할 때는 재생률을 30Hz, 움직임이 많은 콘텐츠를 표시할 때는 60Hz로 작동하는 작은 트릭을 더해 배터리를 절약한다.

애플 워치 4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완성도를 높였지만, 우리에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기능이 있다. 애플 워치 4는 하드웨어 설계 변경 없이 여러 나라에 판매 중이지만,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쓰기 힘든 기능 탓이다. 바로 심전도다. 많은 이들이 애플 워치 4에 더 주목한 이유는 부정맥을 이용자가 직접 검진할 수 있는 심전도에 대한 기대 때문일 텐데, 이 기능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쓸 수 없다. 국가마다 다른 의료 기기 인증 제도를 거쳐야 하지만, 미국처럼 소프트웨어 의료 기기 인증 제도를 시행하는 곳이 드물어서다.

혹시나 싶어 한국에서 심전도를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기약 없는 기다림에 희망을 가져도 좋다는 신호를 보낼 만한 근거는 매우 약한 상태다. 의료 기기로 승인을 받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인 데다, 애플 워치 같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개발과 판매를 위한 법은 이제 국회에 올라가 있지만, 시행은 법 제정 이후 1년 뒤에나 가능하다.

그러니 어쩌면 한국에서 심전도 없는 애플 워치 4는 온전한 제품이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애플 워치 4의 심전도에 희망은 일찌감치 접으시라. 그 희망을 버려야만 에누리 없는 가격으로 판매 중인 애플 워치 4와 함께 더 멋진 나날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애플 워치 시리즈 4의 직사각형 케이스는 이전 세대의 애플 워치 시리즈와 거의 비슷하다.

장점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