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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 칼럼니스트의 스마트 워치 체험기 7편 — 삼성 갤럭시 워치(Galaxy Watch)

2, 2019

김창규
시계 칼럼니스트

만족스러운 외장

갤럭시 워치까지 7개의 스마트 워치를 체험하며 케이스 평가에 대해 확실한 기준이 만들어졌다. 그건 바로 동 가격대의 시계 전문 브랜드가 생산한 아날로그 시계의 케이스와 비교하는 것이다. 이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갤럭시 워치의 케이스 피니싱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긁힐 염려가 있는 돌출 부위에는 새틴 피니시를 적용하고, 긁힐 염려가 덜한 곳은 폴리싱하는 노련함도 보여줬다. 새틴 피니시는 특유의 결 때문에 스크래치가 생겼을 때 폴리싱한 면보다는 티가 덜 난다. 게다가 두가지 피니싱을 교대로 적용하면, 손목에서 시계가 움직일 때 각도에 따라 더 아름답게 빛난다. 그래서 전문 시계 브랜드의 것들 중에는 이런 식의 피니싱이 많다. 별것 아닌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시계를 몇 번 만들어보지 않은 브랜드라고 보기엔 상당히 뛰어나다. 앞서 체험한 시계들 중 대부분이 이런 세심한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스트랩의 품질도 맘에 들고, 버클의 홈이 촘촘해 손목 둘레를 최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46mm의 큰 케이스이지만, 착용감이 매우 좋았으며, 버튼의 조작감도 분명해서 맘에 든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베젤을 회전시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GMT(세계 시간)나 다이버 워치들은 사용자가 베젤을 돌릴 수 있다. 시계 애호가들에게 매우 자연스럽게 어필할 수 있다.

엄청난 기능성

솔직히 스마트 워치의 기능이 여기까지 발전했다는 게 놀랍다고 생각했다. 이 시계는 말도 안 되는 기능을 제외하고, 현대 사회의 도시인이 상식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PPT 컨트롤러까지 달린 시계에 부족한 기능이 뭐가 있을까? 게다가 다른 스마트 워치들이 제공했던 기능 역시 더욱 세심하게 업그레이드했다.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에 있는 만보기 기능을 예로 들자면, 보통은 걸음 수, 소모 칼로리, 이동 거리 정도만을 알려준다. 하지만 갤럭시 워치는 구간별 심박수, 운동한 시간, 평균 페이스, 최대 심박수, 속도 등 궁금한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제공한다. 다양한 디스플레이 선택이 가능하고, 기요셰(Guillocher: 정교한 홈을 나이테처럼 반복적으로 새긴 세공법) 다이얼을 선택했을 때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변화하는 반사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은 고급 시계 애호가들이 손뼉을 치며 즐거워할 만한 부분이다. 스피커가 달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50m 방수가 가능하다는 점, 밀리터리 스펙을 만족시키는 내충격성, 부족함 없는 배터리 용량,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충전, 손쉽게 거치할 수 있는 충전기, 휴대전화와의 뛰어난 연결성, 기계식 시곗바늘이 째깍거리는 소리까지 구현한 것 등 장점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간 경험해 본 타 메이커의 기능성을 완전히 압도했다.

단점

갤럭시 워치의 단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너무나 수다스럽고, 지나치게 천재적인 아이를 돌보는 느낌’이 든다는 거다. 기능이 많은 만큼 알림도 많다. 평일 낮에 이 시계를 착용하고 운동을 할 때면 20분마다 알림이 뜬다. 전화가 오고, 카톡이 오고, 미세먼지 경고가 뜨고, 지금 내가 얼마만큼의 운동을 했는지 알린다. 누군가는 퍼스널 트레이너처럼 느낄지 모르겠지만, 난 운동에 집중하고 있을 때 특히 잔소리처럼 느껴졌다. 시계에 시간을 정해놓고 ‘방해하지 않기’라는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많은 부분의 설정을 바꿔 제어하는 것은 꽤나 귀찮은 일이다. ADHD가 의심되는 수준이다. 다른 시계들에 없었던 입(스피커)이 달려 있어서다. 만약에 내가 취미로 요가를 하는 사람이었다면 절대로 이 시계를 착용하고 요가를 하는 일은 없을 거다. 스마트 워치를 사용하는 것은 내 생활에 보다 큰 편리함을 위해서인데, 요즘 말로 ‘TMI’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것이 ‘수다스러운 상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장점이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호아킨 피닉스였다면 정신없이 사랑에 빠지고 말았을 거다.

총평

만약에 내게 누군가 “그래서 네가 스마트 워치를 산다면 뭘 선택할래?”라고 묻는다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갤럭시 워치라고 답하겠다. 이건 내가 휴대폰으로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마트 워치의 최종 진화형이라고 느꼈던 이유가 훨씬 크다. 더군다나 나는 스마트 워치를 아날로그 시계의 대체품으로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시계 브랜드에서 출시한 것보다 IT 기업의 산물이 조금 더 매력적이다. 35만9700원이라는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개인적으로 스마트 워치의 수명은 길어야 3년 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도 가격적인 저항감이 없다. 36개월 사용하면 1개월에 10,000원씩 쓴 셈이니까. 안드로이드 휴대폰 사용자이기에 애플 워치를 직접 경험해볼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대부분의 알림을 ‘표시하지 않음’ 모드로 해두었을 경우 갤럭시 워치는 가장 단점이 적은 스마트 워치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