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시계 브랜드 스카겐
1980년대 후반 덴마크에서 탄생한 스카겐은 시계와 잡화류를 만드는 브랜드다. 기계식 시계까지 선보이는 건 아니지만 액세서리군보다 시계에 훨씬 집중하는 면을 보이기 때문에 시계 전문 브랜드로 볼 수 있다. 북유럽 브랜드답게 심플하고 명료한 디자인으로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으며, <레드닷 어워드>에서 2회 수상하면서 시계 디자인의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현재는 미국에서 가장 큰 시계 회사인 파슬(Fossil) 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파슬 그룹은 엠포리오 아르마니, DKNY, 마크 제이콥스, 마이클 코어스 등의 패션 시계 브랜드와 유서 깊은 워치 메이커인 조디악, 무브먼트 제조사로 기계식 칼리버까지 생산하는 STP 등을 거느린 대형 매뉴팩처다.
기능
시계는 월드 타임존을 자동으로 표시한다. 덕분에 여행이나 출장을 다니며 시계를 새로 세팅할 필요가 없고, 휴대폰의 알림을 전달하거나 음악 플레이 조작도 가능하다. 날씨 정보와 헬스케어, 화면을 흰색으로 밝혀주는 손전등 기능도 있다. 이외에도 유용한 기능들이 많지만 가장 특별한 건 휴대전화를 찾는 기능이다. 휴대전화를 어디에 뒀는지 깜박했을 때 구세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걷다가 시간을 확인하려고 손목을 들어 올리면 화면이 밝아진다. 이 또한 최신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이렇게 스카겐의 패스터는 칼럼을 진행하며 경험해 본 시계 중에서 가장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시계였다. 하지만 휴대전화와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밀착되어 사용 빈도가 높기에 24시간 파워 리저브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100% 충전하고 아침에 외출해도 이것저것 조작하다 보면 저녁에 배터리가 30% 이하로 바닥났다. 새벽까지 야근한다면 방전될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석으로 밀착하는 방식의 와이어리스 충전기를 사용하기에 충전이 매우 간편하고, 충전기의 부피와 무게가 USB 케이블 수준에 불과해 휴대가 간편하다는 사실이다. 만약 충전기를 저렴한 가격에 따로 구입이 가능하다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참고로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충전기를 25달러에 판매한다.
하드웨어 평가
시계의 가격은 미국에서 정가 295달러이고, 현재 후속작이 나와 199달러로 할인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49만원으로 출시되어 34만3000원에 할인판매하고 있으니, 현지보다 10만원가량 비싼 셈이다. 이렇게 가격에 대해 상세하게 말하는 까닭은 295달러짜리 시계라기에는 마감의 수준이 적절하지만, 49만원짜리 시계라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내가 본 이 가격대의 시계들은 보통 이보다 더 고급스러운 케이스를 갖고 있다. 케이스가 스테인리스 스틸을 깎아 만들었다는 느낌이 없고,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다음 얇은 스틸 판으로 덧댄 것 같다. 피니싱이고 뭐고 논할 정도의 소재조차 아니라는 얘기다. 49만원은 스위스산 엔트리급 기계식 시계를 구입할 수 있는 돈이다. 기계식 무브먼트의 가격은 쿼츠보다 훨씬 비싸다. 아마 스마트 워치에 내장된 소형 컴퓨터칩 가격도 기계식 무브먼트와 비슷할 거다. 그래서 이러한 직접 비교는 어느 정도 논리적인 셈이다. 스위스 시계 메이커는 일단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하면 이런 케이스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베젤은 화면의 연장처럼 생겼지만, 아무런 기능이 없다. 그렇다면 베젤의 소재로 케이스 소재와 동일한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했을 때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을 텐데, 소재의 느낌이 글라스에 더 가깝다. 때문에 시계가 전체적으로 전자시계의 느낌을 주며, 이것은 고급스러움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메시 브레이슬릿은 꽤 고급스러운 모습이다. 유려하게 반짝이며 ‘싸구려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1930년대 시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와이어 러그 형태의 러그를 적용한 것도 재미난 부분이다. 와이어 러그는 굵은 철사를 케이스에 용접해 스트랩과 연결하는 초기 형태의 러그다. 스트랩을 교환하려면 스트랩의 박음질을 뜯은 뒤, 새 스트랩을 연결하며 다시 박음질하며 결합해야 하기에 현재는 어떤 브랜드에서도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와이어 러그를 디자인적 요소로 차용하고, 거기에 퀵 체인지 시스템을 접목한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버클의 품질이 좋지 않아 착용감이 떨어지며, 브레이슬릿 길이를 조절할 때도 간단한 도구가 필요하다.베젤은 화면의 연장처럼 생겼지만, 아무런 기능이 없다. 그렇다면 베젤의 소재로 케이스 소재와 동일한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했을 때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을 텐데, 소재의 느낌이 글라스에 더 가깝다. 때문에 시계가 전체적으로 전자시계의 느낌을 주며, 이것은 고급스러움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론
이 시계는 그 어떤 시계보다 많은 장점과 많은 단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쉽게 정리하자면 ‘스마트 워치의 갖가지 기능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좋은 시계일 것이고, ‘시계 전문 브랜드가 만든 스마트 워치’를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하게 될 거다. 시계 브랜드가 만든 것치고 생각보다 너무나 IT적인 정체성을 보여준 시계라 필자도 당혹스러울 정도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