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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 칼럼니스트의 스마트 워치 체험기 2편 — 노키아 스틸 HR(Nokia Steel HR)

8, 2018

김창규
워치 컬럼니스트

노키아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휴대폰 제조사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면서 급속도로 쇠락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그들이 스마트폰을 발표한 적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긴 했지만, 현재까지도 노키아의 주력 모델은 아날로그식 버튼이 달린 바 타입의 폰이다. 그런 노키아가 최근 발표한 스마트 워치 ‘스틸 HR’을 사용해봤다.

 

빛나는 ‘가성비’

적어도 나에게 노키아는 한 번도 ‘고급 브랜드’였던 적이 없다. 항상 대중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여왔다고 생각한다. 이 시계 역시(179.95달러) 그렇다. 가격에 맞게 고급스러운 외관은 아니다. 하지만 노키아의 제품이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디자인을 갖고 있다.

전문적인 워치 브랜드의 고급 시계 중 전자식 인디케이터를 가진 시계는 찾기 어렵다. 브라이틀링 정도의 브랜드만이 한 라인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스마트 워치들이 갖고 있는 전자식 인디케이터는 저렴한 시계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시계처럼 전자식 인디케이터를 갖고 있음에도 그것이 작동하지 않을 때 꺼지는 방식은 미적인 관점에서 좀 더 우월하다. 평소에 마치 완전한 아날로그시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가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할 기본적인 기능들은 손톱만한 원형의 전자식 인디케이터에 모두 표시되며, 크라운을 누르는 것만으로 즉각 실행된다. 시계는 건강 관련 정보 제공에 기능적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 밖에 특별한 점은 없다.

스마트 워치처럼 보이지 않는(전통적인 시계 애호가의 관점에서는 스마트 워치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근사하게 느껴진다) 점은 이것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다이얼 3시 방향에 위치한 로고 폰트의 변화다. 기존 노키아 로고 폰트는 너무나도 전자제품 브랜드답다. 하지만 시계에 사용한 새로운 로고는 더 슬림하고, 세로의 폭이 높아져 패션 시계 브랜드 같은 이미지를 그려냈다. 50cm만 떨어져서 봐도 ‘NOKIA’로 읽기 힘들다.

휴대가 용이한 충전기에 거치하면 완충시 25일가량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충전 방식, 50m에 이르는 만족스러운 방수 사양, 클래식 드레스 워치를 연상시키는 36mm 지름의 케이스, 최근 시계 업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인 이지 체인지 스트랩(도구 없이 손쉽게 교체 가능한 스트랩)의 채택, 유니크한 버클 디자인 등은 만족스러운 사양들이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이 시계의 미니트 핸드 끝이 다이얼 쪽으로 조금 굽어 있다는 거다. 이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유럽의 고급 시계 브랜드들이 즐겨 쓰는 하이엔드적인 바늘의 피니싱 기법이다. 브레게나 크로노스위스 같은 클래식한 드레스 워치 메이커들만이 현재까지 이러한 핸즈를 시계에 적용할 뿐 어지간한 시계 전문 브랜드의 것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사용자가 시계를 측면에서 봤을 때 핸즈는 다이얼에서 떠 움직이기 때문에 각도에 따라 1~2분가량 시각적인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핸드 끝을 다이얼 쪽으로 구부리면, 핸드와 다이얼의 거리가 줄어들어 앞서 말한 시각적 오차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이런 핸드를 적용하는 경우에 인덱스의 분 트랙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길이로 제작하는데, 이 시계의 미니트 핸드는 분 트랙과 거리가 2mm 이상 벌어져 있다. 이 세심한 차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 제작자들이 이런 부분까지 인식하고, 시도했다는 점은 정말 높게 평가하고 싶다.

아쉬운 점

대학생도 한 달 용돈을 절약해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인 접근성 높은 가격을 고려했을 때, 이렇다 할 단점은 거의 없다. 하지만 딱 하나,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스트랩의 시각적 고급스러움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것. 차라리 199달러로 가격을 책정하고, 소가죽 스트랩을 적용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거다. 유려한 버클 디자인과 이지 체인지 스트랩 사양까지 적용했는데, 눈으로 느껴지는 스트랩의 소재가 검은 고무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정말 슬프다. 착용감도 좋고, 방오 기능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합리성만을 추구했다. 개인적으로 시계의 스트랩은 사람의 헤어스타일에 해당한다고 믿는다. 이 스트랩은 헤어스타일로 치면 ‘스포츠머리’에 해당할 거다. 기능적으로는 가장 뛰어나지만, 미적으로는 가장 떨어지는 가장 미니멀한 타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