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TIME - 무료 워치페이스 메이커
스마트워치 사용자의 필수 앱!

설치

프로의 기술을 일상으로 가져오다 — 가민 비보액티브 3 뮤직(Garmin Vivoactive 3 Music)

5, 2019

최필식
IT 칼럼니스트

25년 전의 ‘가민'(Garmin)이 오늘 날의 모습을 상상했을지 모르겠다. 스마트워치 같은 소비재 제품이 아니라 정확한 위치를 잡아주는 GPS 유닛을 개발하던 기업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때 위치 추적 기술에 손대지 않았다면 지금 수많은 가민 신봉자를 거느리지 못했을 것이다. 마라톤을 뛰거나 골프를 치거나 사이클링 등 야외에서 운동하는 이들에게 가민의 내비게이션과 스마트워치가 인정받은 이유도 위치 추적에 탁월한 기술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한 환경에서 벗어났을 때 가민의 고민이 드러난다. 전문성에 초점을 둔 가민의 제품은 가볍게 다루기에는 부담스러워서다. 특히 정확한 위치 추적과 튼튼한 만듦새, 오래 가는 배터리 등 가민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하나씩 떼어 놓고 비교하면 보면 좋은 평가를 받고도 남지만, 애플이나 삼성, 그 밖의 시계 브랜드처럼 만듦새나 가격에서 만만하게 볼 구석이 별로 없었다. 그러니 가볍게 운동하러 갈 때 쉽게 차고 일상에서 가볍게 쓸 수 있는 스마트워치 비보액티브 시리즈라도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독특한 생태계의 가민 스마트워치

지금까지 이 곳에서 리뷰를 했던 거의 모든 스마트워치는 익히 알려진 운영체제와 부품을 쓰고 있다. 또한 제조사도 대부분 익숙한 이름들이었다. 하지만 가민 비보액티브 3 뮤직은 앞서 리뷰했던 스마트워치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시계라는 형태만 빼면 말이다.

일단 비보액티브 3 뮤직에서 프로세서의 성능이나 램 용량, 운영체제 같은 제원을 확인하기 어렵다. 부품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강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하지만 부품이나 운영체제의 이름 값을 내세울 수 없는 제품이라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겼다.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디스플레이 제원 정도다. 화면 크기는 1.2인치, 표시 가능한 화소는 240×240. 그다지 크지 않은 화면인데다 충분하다 싶을 만큼 많은 화소를 가진 디스플레이가 아니다. 즉, 화면 크기 대비 화소의 밀도가 낮아 글자의 세밀함이 떨어지니 투박하게 보인다. 컬러 디스플레이지만 다른 스마트워치만큼 화려하거나 또렷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디스플레이를 마냥 비난할 수 없다. 메모리 LCD 기술의 장점 때문이다. 마치 e잉크처럼 한번 표시된 정보를 화소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하루 종일 컬러 화면을 켜도 전력을 낭비하는 일이 없다. 또한 변경된 부분의 화소만 정보를 바꾸기 때문에 전력 소비도 적다. 적은 화소에 아쉬운 마음보다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만만치 않다 보니, 비판과 칭찬을 동시에 해야 하는 애매한 입장이다. 어쨌거나 비보액티브 3 뮤직에서 화려한 스펙을 기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비보액티브 3 뮤직의 바닥 부분. 살짝 튀어 나온 심박 센서가 가운데에 있고, 케이블을 연결하는 단자가 드러나 있다.

비슷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조작성

가민 스마트워치 가운데 비보액티브 3 뮤직은 덜 과격한, 아니 너무나 얌전한 생김새다. 둥근 디스플레이 주변의 검은 베젤에 금빛의 인덱스 장식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심심함을 덜어준다. 금빛으로 칠한 버튼도 파랑 계통의 본체 색과 제법 잘 어울린다. 다만 몸통을 플라스틱 계열의 폴리머로 만든 터라 아주 고급스럽진 않다. 심박 센서가 있는 바닥면에는 각종 정보를 음각으로 새겨 놓았다.

비보액티브 3 뮤직은 겉보기에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드는데, 실제 손목에 찼을 때도 그 느낌 그대로다. 본체 재질의 특성, 배터리 등 무게가 나가는 요소를 최소화한 듯하다. 덕분에 비보액티브 3 뮤직을 하루 종일 차고 움직여도 불편함은 없었다. 그대로 잠이 들어도 시계를 차고 있다는 것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다. 신축성이 있는 시계줄이지만, 시계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꽉 조이는 것보다 조금 헐겁게 채우는 편이 더 편했다.

시계를 찬 채 화면을 조작해보니 익숙한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묘한 느낌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터치로 조작하는 방식은 다른 스마트워치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메뉴 구조의 차이와 속도 때문일 것이다. 위로 계속 쓸어 올리거나 아래로 계속 쓸어 내리면 다시 첫 화면으로 돌아오는 구조는 이해하기 쉽지만, 화면을 전환할 때의 반응은 시원스럽지 않았던 탓이다.

더불어 하나의 버튼을 누르는 시간 차로 실행하고 싶은 운동 모드 메뉴로 들어가거나 설정을 비롯한 기능을 불러내는 방식도 은근이 답답했다. 하나의 버튼에 두 가지 기능을 다룰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한다. 단지 가끔 설정을 들어가려 할 때 운동 모드로 들어갈 때도 있고, 반대로 작동할 때 조금씩 짜증을 적립해야만 했다. 느린 반응 속도와 조작성에 대한 지적은 다음 시리즈에서 반복 하고 싶지 않다.

비보액티브 3 뮤직의 기능 선택 화면. 전원을 끄거나 설정, 음악 제어를 할 수 있다.

음악 들으며 운동, 놀라운 절전성과 스태미너

비보액티브 3 뮤직은 앞서 출시했던 비보액티브 3에 음악 기능을 더했다는 의미다. 요즘 거의 모든 스마트워치는 장치에 음악을 담을 수 있으므로 음악을 듣는 게 특별한 재주라 할 수 없으니 부족했던 기능을 보강한 셈이다. 단, 스피커가 없으니 블루투스 이어버드는 필수다. 어지간한 블루투스 이어버드라도 한번 비보액티브 3 뮤직과 연결되면 신호 지연이나 끊어짐 없이 음악을 재생한다.

음악은 PC에 가민 익스프레스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해 장치로 복사하면 된다. 아니면 가민 스토어에 스포티파이나 라인 뮤직 같은 음악 앱을 설치하고 음악을 담을 수 있기는 하다. 문제는 디저(Deezer)를 빼고 한국에서 작동하는 앱이 없어서 속 탄다는 것. 그러니 스마트폰 앱 설치는 포기하시라. 장치에 음악만 넣어 놓으면 굳이 스마트폰을 들고 나가지 않아도 가벼운 몸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할 수 있다.

운동할 때 음악을 듣더라도 배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혹시 5시간 이상 운동할 경우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가민 스마트워치의 강점 중 하나는 배터리 시간이다. 한번 충전으로 한 달까지 작동하는 다른 가민 제품에 비하면 일주일 조금 넘게 버티는 비보액티브 3는 짧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다른 스마트워치가 시계 화면을 끄고 고작 2~3일 버티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인데도 말이다. 어쨌거나 내일을 위해 꼭 충전해야 한다는 당부를 하지 않은 것은 확실히 좋다.

물론 배터리가 가장 빨리 소모될 때가 있다. GPS를 켰을 때다. 골프처럼 정확한 위치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GPS 모드를 켜면 충전된 배터리가 마치 물이 끓어 증발하듯이 사라진다. 물론 몇 시간 정도는 무난히 쓸 수 있지만, 운동이 아닌 일상에서 쓰는 것은 독이다. GPS만 끄면 심박 센서를 켜고 컬러 화면을 띄운 채 하루 종일 15% 안팎의 배터리를 쓸까말까 하는데, 이것을 켜두라고 할 수는 없다. 단, 꼭 필요할 땐 쓰라고 권할 뿐이다.

비보액티브 3 뮤직은 한글로 표시되지만, 글꼴 맵시가 썩 예쁜 편은 아니다.

한국을 위한 기능 최적화 필요해

비보액티브 3 뮤직은 일상에서 걷기 또는 달리기 같은 운동의 목표치를 채울 때마다 새로운 배지를 주며 응원한다. 잘하고 있다는 칭찬. 나를 위로하는 것이기에 나쁘진 않다. 또한 자리에 앉아 움직임이 없을 때 일어나 운동할 시간을 알려주는 알림도 좋다. 물론 이런 알림 외에도 연동된 스마트폰의 알림도 잘 전달한다. 다만 알림의 성격에 따라 진동 패턴이나 강도를 좀더 명확하게 구분해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솔직히 일어나기 싫을 때나 일어날 수 없을 때 메시지 알림 같은 진동의 알림으로 시계를 보게 만드는 건 낭비라서다.

그래도 한국에서 쓸 수 없는 기능만큼 꺼림칙하진 않다. 앞서 음악 앱처럼 한국에서 작동하지 않는 앱을 만나면 속상할 수밖에 없다. 기능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앱도 몇 개 없는데 말이다. 또한 비보액티브 3 뮤직의 가민 페이도 한국에서는 그림의 떡. 한국어를 지원하는 점을 빼면 기능의 최적화를 더 해야 한다. 그나마 골프 앱에서 지원하는 국내 골프 코스가 많은 점은 다행이다. 이와 함께 내려 받을 수 있는 시계 화면은 1천여 개쯤 있지만, 플랫폼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은 터라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 다양성은 부족하다.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쓰는 가민 비보액티브 3 뮤직은 몇 가지 고민을 확실하게 덜어 준다. 항상 켜져 있는 시계 화면과 내일을 위해 밤마다 충전 케이블을 꽂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의 앱이 여러 운동이나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전문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 아마 평상시 수영을 즐겼다면 50미터 수압(5ATM)에서 견디는 방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길게 했을 것이다. 가민 제품의 장점은 이렇게 활동을 많은 분야에서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장점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