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와 헤어진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새로운 4세대를 만나는 마음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이전 세대에 대한 여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4세대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솔직한 속내는 그나마 더 일찍 만났기에 이전 세대와 비교를 쉽게 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3세대와 4세대 스마트워치의 간격을 좁힌 파슬의 전략적 선택이 옳을 지는 여기서는 따지기로 하자. 아직 결과를 알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4세대 파슬 Q 익스플로리스트 HR에 집중하기도 모자란 시간이니까.
제품을 패키지의 이미지로 쓰다
사실 스마트워치의 패키지마다 포함되는 내용물은 거의 비슷하다. 스마트워치와 설명서, 충전을 위한 케이블은 기본이고, 제조사에 따라 충전을 위한 전원 어댑터나 여분의 시계줄을 넣는다. 이 내용물을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상자의 크기나 만듦새는 확연히 달라진다.
파슬은 스마트워치 패키지에서 세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모두 다르다. 이런저런 구성품으로 채웠던 1세대에서 작아진 2세대, 이어진 3세대에서 내용물을 줄인 이후 선보인 4세대는 확실한 효율을 추구하고 있다. 더 많은 것을 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내용물을 빼고 제품과 필요한 것만 담은 것이다.
4세대 패키지는 모든 면을 종이로 만든 3세대와 다르다. 육면체 상자로 만든 것은 비슷하나, 상단 덮개만 투명 플라스틱으로 바꿨다. 덕분에 안쪽이 훤히 드러나 파슬 Q 익스플로리스트 HR의 생김새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전 세대들도 패키지에 사진을 붙여 어떤 제품인지 생김새 정도는 알 수 있지만, 4세대 패키지처럼 제품 자체를 이미지로 쓰는 것을 보면 그만한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일 게다. 더 화려한 포장을 기대한 쪽에서 보면 성의 없다는 소리도 들을 수도 있지만…
내용물은 정말 필요한 것만 넣었다. 충전용 케이블과 설명서. 이게 전부다. 아, 벨크로 테이프도 빼놓으면 안 되려나?
적용한 워치페이스는 MR.TIME Q-D
생김새의 혼란을 말끔히 지워내다
투명 덮개 덕분에 4세대 파슬 Q 익스플로리스트를 패키지에서 꺼내지 않아도 3세대와 달라진 부분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혼란스러웠던 앞 세대의 만듦새를 잘 정리한 것은 분명했는데, 그래도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손 위에 올려 놓고 조심스럽게 둘러봤다.
일단 파슬 Q 익스플로리스트 HR은 이전 세대에 있었던 화면 테두리 착시 현상을 완전히 없앴다. 톱니처럼 생긴 화면 테두리가 마치 갤럭시 워치처럼 좌우로 회전할 것 같았던 이전 세대와 다르게 파슬 Q 익스플로리스트 HR은 비슷한 톱니 디자인에도 테두리의 두께를 최소로 줄여 그냥 장식의 의미만 겨우 살려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화면 둘레를 감싼 톱니 모양 테두리의 폭이 이전보다 훨씬 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1.4인치 AMOLED 화면이 더 커보이는 느낌이 든다. 물론 톱니 바퀴 테두리놔 화면 사이에 이너 베젤이 있기는 해도,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는 모두 화면처럼 보이기 때문에 디스플레이가 훨씬 큰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
오른쪽 용두 역할을 하는 스크롤 버튼과 위아래 선택 버튼의 구성은 이전과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시계를 뒤집었을 때 아래 부분의 생김새가 이전과 전혀 다르다. 3세대에선 바닥면이 센서도 없고 평평했지만, 4세대는 애플 워치처럼 가운데 부분만 볼록하다. 그 안에 심박 센서를 넣은 것도 처음이다. 다만 볼록한 면적이 애플 워치 4만큼 넓지는 않아 시계를 찼을 때 볼록한 부분과 그 양옆까지 모두 살갗에 닿는다. 아마도 심박 센서의 기능성을 위해 이러한 모양을 채택했을 것으로 보일 뿐, 착용감을 위한 선택이 아닌 점은 조금 의외다.
더불어 이중 재질의 시계줄도 흥미롭다. 바깥쪽에 가죽을, 안쪽에 고무로 보이는 재질을 썼다. 아마도 땀이 가죽에 닿으면 손상되는 가죽 시계줄의 내구성을 보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손목에 닿는 면이 가죽은 아닌 까닭에 부드러운 착용감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멋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자.
더 많은 기능으로 괴롭히다
사실 파슬 Q 익스플로리스트 3세대의 좋은 점은 패션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워치라는 점이다. 여러 기능으로 쓰려는 것보다 패션에 맞는 다채로운 시계와 몇몇 응용 프로그램을 다루려는 이들에게 맞는 기능만 넣었기에 이것저것 따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3세대에 비하면 파슬 Q 익스플로리스트 HR은 이전에 볼 수 없던 새 기능을 여럿 담고 있다. 특히 Q 익스플로리스트 시리즈 중에서 처음 심박 센서를 내장한 제품이다. 심박 센서는 애플 워치4 같은 심전도는 잴 수 없고, 맥박을 재는 데 쓴다. 보통 운동을 하거나 거친 움직임 뒤에 맥박 상태를 확인하는데, 파슬은 실제로 이 시계를 운동용으로 쓰기를 원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전 세대에 없던 GPS와 나침반도 넣었고 방수 성능도 3 ATM(30m의 수압을 견딤)으로 강화했다.
때문에 용두 아래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심박 측정이나 운동량을 파악할 수 있는 구글 피트(Google Fit)를 실행한다. 구글 피트는 이동 거리와 심박수, 칼로리 소비를 한번에 확인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본 앱이다. 다만 정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운동용으로 써보면 부담을 느끼는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첫째, 여전히 패션 시계에 가까운 생김새라는 것, 둘째, 평상시라면 크게 무겁지 않을 제품이 막상 운동을 하다 보면 무게로 인한 피로감이 조금씩 쌓인다는 점이다. 그래도 활동적인 움직임을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은 좀더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아, 구글 페이도 추가됐다. 구글 페이에 가입한 이용자라면 스마트폰 대신 구글 페이 단말기에서 파슬 Q 익스플로리스트 HR로 결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전 세대에 빼놓았던 NFC도 담았다. 다만 한국에서 이 기능은 쓸 수 없다. 우리나라는 구글 페이 지원 국가가 아닌 까닭에 이를 결제할 수 있는 단말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새롭지 않은 과거의 하드웨어 플랫폼
파슬 Q 익스플로리스트 4세대에 기대했던 것은 새로운 웨어러블 플랫폼을 탑재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특히 퀄컴과 구글이 손을 맞잡고 완성한 스냅드래곤웨어 3100을 탑재하기를 바랐다. 처리 성능과 배터리의 균형을 잡아 더 오랫동안 쓰는 제품으로 내놓기를 바랐으나 안타깝게도 파슬 Q 익스플로리스트 HR의 하드웨어 플랫폼은 3세대의 것을 거의 그대로 쓰고 있다. 즉, 외형과 기능 보강을 위해 더 많은 센서와 부품을 탑재했으나 성능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스냅드래곤웨어 2100 플랫폼을 그대로 쓰고 있는 터라 조작할 때의 디스플레이 움직임이나 배터리 수명은 이전과 거의 같다. 용두를 누르자 마자 메뉴를 조작할 때 살짝 멈칫거리며 움직이는 화면은 은근히 거슬린다. 물론 최신 프로세서를 썼을 때 같은 반응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일단 이 문제는 이전보다 좀더 눈에 띄게 나타나는 듯하다.
배터리 수명은 하루보다는 좀 더 간다. 1시간 충전에 4일 이상 대기 상태로 작동하지만, 아침에 9시에 차고 나가 저녁 9시에 돌아올 때까지 약 50~60%의 배터리를 소비한다. 충전을 하지 않으면 다음날까지 겨우 버틸 것 같긴 한데 장담은 못한다. 아무래도 더 많은 부품을 넣고 다양한 기능을 쓸수록 배터리 소모는 빨라질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플랫폼을 그대로 썼으니 사실상 3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 불러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장점
- 3세대 대비 깔끔하게 정리된 디자인
- 운동과 위치 확인을 위한 심박 센서와 GPS의 추가
- 여전히 넉넉한 패션 회사의 기본 시계 화면
단점
- 새롭지 않은 하드웨어 플랫폼
- 운동용으로 쓰기에는 애매한 본체의 크기와 시계줄
- 어쩌면 하루 밖에 쓰지 못할 수도 있는 배터리